코로나19 사태가 호재로 작용해 지난해 초호황을 누린 대표적인 분야로는 명품 이외에도 국내 골프·여행을 꼽을 수 있다. 이쪽 업종 종사자들에게 최근 명품시장의 움직임은 남의 일이 아니다.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등의 여파로 리셀(되팔기) 시장에서 명품 가격이 하락하는 것과 비슷한 이유로 이 시장에서도 서서히 ‘거품’이 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내 골프·여행 두 분야 모두 급격한 업황 둔화 움직임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골프장 예약은 여전히 ‘바늘구멍 통과하기’ 같고 전국 주요 호텔의 방값도 고공행진 중이다.
하지만 명품 쪽과 비슷한 전조 증상은 나타나고 있다. 골프쪽에서 중저가 회원권(3억5000만원 이하)을 중심으로 가격이 조정을 받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그 결과 국내 최대 회원권 거래소 에이스회원권의 회원권 종합지수 에이스피(ACEPI) 4월 평균지수는 1316포인트로, 한달전 1321포인트보다 5포인트 떨어졌다. ACEPI가 하락한 건 코로나 창궐 초기인 2020년 4월 이후 처음이다.
골프 업계에선 “엔데믹으로 하늘길이 열리면서 국내 골프장에 집중됐던 수요가 해외로 빠져나갈 것이란 관측이 곧 현실화할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한 골프장 관계자는 “통상 가정의달인 5월에 일시적으로 그린피가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나는데, 올해는 엔데믹 여파인지 지난해보다 그 폭이 컸다”며 “해외 여행이 본격적으로 늘어나면 지방 골프장부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고가 및 초고가(8억원 이상) 회원권들은 여전히 인기가 높다. 남촌CC의 경우 이달 들어 지난달보다 21.2% 오른 20억2300만원에 거래돼 처음 20억원 벽을 깼다.
국내여행 시장에서는 아직 엔데믹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나지는 않고 있다. 해외여행을 가고 싶어하는 사람은 많지만, 국제선 항공편수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의 10%도 안 되는 주 420회가량으로 쪼그라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호텔·여행업계에서는 연말부터 엔데믹 영향이 본격화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한다. 국토부는 이달부터 국제선 정기편을 꾸준히 늘려 연말엔 코로나19 이전의 50% 수준인 주 2420회로 확대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국제선 단계적 일상회복 방안’을 발표했다.
한껏 비싸진 국내 호텔 객실이용료가 자연스럽게 하향 조정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 호텔업계 관계자는 “해외로 떠나려는 여행객이 늘어나면 국내 호텔가격은 곧바로 조정을 받을 것”이라며 “2020~2021년에 호캉스(호텔+바캉스)가 하나의 여행 테마로 자리잡은 만큼 관련 패키지 등을 재정비해 여행객을 잡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희찬/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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